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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2

Unknown#72 2021. 9. 8. 01:48

AM 10:00

그저 별 볼 일 없는 아침이다.
아이폰의 기분 나쁜 알람 소리를 끄고 수면 시간 동안 나에게 집착한 알림들에게 대꾸를 해주며 한 시간 가량 낭비를 했다.
‘이 좆 같은 모닝 루틴을 깼어야 했는데’라고 또 생각하고 정신을 차리니 생리현상이 나타났다. 이불을 던지고 발가벗은 모습으로 화장실에 걸어가 세면대에 소변을 봤다. 물론 일을 다 본 후에는 샤워기로 물을 뿌려 튄 소변을 씻어냈다.

처음에는 에어컨 요금을 아끼려고 옷을 벗고 잤지만, 이제는 집에 오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는 게 당연해졌다.
언제부턴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어 보여 옷의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PM 02:00

통장 잔고를 보니 다음 달 월세 낼 돈 밖에 안 남았다.
사실 저번 달에도 그랬고 저저번 달에도 그랬었다.
예전에 점을 보러간 사주집 점쟁이 아줌마나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너는 굶어 죽지는 않겠다.” 라고 말을 했었다.
신기하게도 돈이 바닥 날 때쯤 어디선가 굴러 들어온다. 지금껏 일을 안하며 수도권 중심에 살고있는 나 자신도 스스로가 신기하다.

안정된 직업 없이 굴러 들어오는 돈으로만 평생 살아 갈 수는 없기에 얼마 전 완성 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집 주변 그리고 내 기준 괜찮은 곳으로 지원했었다.
그 중 스타트업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재밌게 잘 봤는데 한 시간 뒤 면접을 볼 수 있냐고 물어봤다.
ㅇㅋ.

스쿠터를 타고 집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회사라 약속 시간 20분 전 샤워를 했다. 오랜만의 면접이라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고민조차 못했다.
OOTD는 디키즈 회색 면바지에 검은색 긴팔 무지 티셔츠.

네비게이션 상으로는 3분 거리였지만 1분 만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최고의 복지가 따로 없다.
스쿠터에 걸터 앉아 면접관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선 왼쪽에서 짧은 정장 마이와 8부 회색 스키니진 바지를 입고 네모난 클러치백을 겨드랑이 사이에 낀 신장 170cm 정도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 사람은 아니길 바라며 일단 모르는 척을 했지만, 옆에 나란히 서서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니길 바랄 경우 반전 가능성 -84000%)

근처 카페로 들어가 아아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면접관의 첫 인상은 보험이나 중고차를 팔 것처럼 행동이 다급했다.
나에게 전화를 준 건 팀장이고 본인은 스타트업의 대표라며 명함을 건넸다. 한 시간 가량 서로의 방향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의 결말은 이렇다.
어제와 오늘 다섯명의 지원자 면접을 봤는데 아무개(나)씨 느낌이 너무 좋다. 아쉬운게 있다면 아무개(나)씨의 첫 면접이 우리 회사라 아쉽다. 여러 곳을 거친 후 마지막이였었으면 좋았을텐데, 남은 면접 보고 편하게 연락줘라.

나의 느낀점은 이랬다.
대화 도중 나온 내용인데 본인은 렌트카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창업을 했다고 한다. 첫인상과 일치했다.
나도 느낌은 좋았다. (전 직장 스킬에 현혹 된 거 일 수도)

PM 7:00

그래도 좀 알아주는 회사 두 곳에서 면접 제의가 들어왔지만 지원한 부문을 다시 보니 적성에 안맞는 분야였다.
그래서 거절했다.
계속 뒹굴거리며 휴대폰으로 이력서 지원한 현황을 보았다.
대부분 서류 검토 중.


PM 11:00

나는 경험한 직종의 분야가 다양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도 섞여 있어 난잡한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것들을 알아봐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사실 이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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